KT&G, 수입 잎담배로 수익 챙겨 ‘부동산 투자’ 나섰나?[시사서울]
작성일2011-09-29본문
노른자위 땅 12만평 매입…용도 둘러싼 의혹 커져
2011년 09월 28일 (수) 17:10:57 도기천 기자 dogichen@hanmail.net
[시사서울 = 도기천 기자] KT&G가 바람 잘 날이 없다. 88라이트와 장미, 하나로 등 저가담배들의 소매점(편의점) 공급중단으로 빈축을 산데 이어, 이달 국정감사에서는 수입 잎담배 사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26일에는 전국 1천7백여 잎담배 농가들이 상경해 ‘국산 잎담배 50% 사용’ 등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KT&G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KT&G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인삼공사가 지난 3월 경기도 안성 지역에 12만여평의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KT&G와 인삼공사는 연수원 용도라고 밝혔지만, 규모와 용도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담배 농가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외국산’ 원료로 가공…‘국산담배’로 둔갑해 유통
노른자위 땅 12만평 매입…용도 둘러싼 의혹 커져
26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2000여명의 입담배 농가 종사자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엽연초생산협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생존권 수호를 위한 잎담배 생산농민 궐기대회’를 연 것. 궐기대회에 참석한 농가들은 “KT&G가 민영화 된 이후 지난 10년간 잎담배 재배 농가가 80% 줄었다”며 “KT&G가 수입산 잎담배 양을 늘리면서 생산비도 못 건지는 처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잎담배 매매가격 현실화로 농가 생존권을 보장하고, 안정적 생산기반 조성을 위해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농가들 “KT&G, 국산 잎담배 늘려라” 이들은 KT&G에 대해 잎담배 매매가격을 21.1% 인상 등 8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정부 및 재단지원금 잎담배 생산농가에 환원 ▲엽연초중앙회와 협약한 2~3년 잎담배 구매계획 예고제 이행 ▲KT&G 제조담배에 50% 이상 국산 잎담배 사용 ▲신규경작 및 계약대상자 제한 폐지 ▲잎담배 생산량 쿼터제 폐지 ▲판매자와 구매자의 공동합의 감정 실시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담배 품종 개발·보급 등이다.
오세권 비상대책위원장(광주엽연초 조합장)은 “유일한 담배공급업체인 KT&G가 경영논리만 추구하는 바람에 담배 생산농가들은 더 이상 담배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정부와 KT&G에 우리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잎담배 생산농가 2만4,140명이 서명한 결의문이 채택됐으며, 조합장 삭발식과 KT&G 규탄 퍼포먼스 등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민영진 KT&G 대표이사
‘외국산’이 ‘국산담배’로 둔갑해 수출 담배 농가들의 어려운 사정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KT&G가 최근 10년 사이에 외산 잎담배 사용 비율을 점점 늘려온 결과 2010년 기준으로는 외산 잎담배 비중이 74%까지 늘어난 것으로 국감에서 확인된 것.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김성수 의원(한나라당)은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국내 잎담배 농가의 생산기반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KT&G의 외산 잎담배 사용량 증가 추이에 대해 지적했다. 김성수 의원은 ▲KT&G의 국내 잎담배 경작면적 감축 ▲외산 잎담배 사용 대폭확대 ▲담배사업에서 발생하는 당기순익을 외국 주주에게 높게 배당하고 있는 점 ▲외산 잎담배의 잔류농약검사 부재 등을 거론하며, KT&G의 잎담배 수입 실태 등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KT&G측은 <시서서울>과의 통화에서 “잎담배 수입 비중이 늘어난 것은 수출물량이 증대됐기 때문”이라며 “원료를 수입해 재가공해서 외국으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전체 수입비중이 늘어난 것이며, 국내에 유통되는 물량만 따졌을 때는 수입잎담배의 비중이 (알려진 통계보다) 훨씬 낮다”고 해명했다. KT&G측의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수입 잎담배 비중이 늘어나면서 담배농가들의 어려움이 커져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엽연초조합중앙회 이해권 회장은 “국산잎담배로 가공해서 수출해야 진정한 국산품 수출인데, KT&G는 이해하기 힘든 논리를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담배농가들은 일관성 없는 KT&G의 잎담배 수매가에 대해서도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KT&G는 정부가 2000원을 지원할 때 8000원에 잎담배를 사가다가 정부가 3000원 지원하면 7000원에 사가는 식”이라며 “KT&G가 잎담배 농가에게 지급된 정부지원금을 간접적으로 가져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KT&G측은 “정부지원금이란 것은 사실은 KT&G가 출연한 기금”이라며 “이미 민영화된 사기업이지만 담배농가들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한 것이며, 기금을 지원하면서 매매가도 높이는 것은 우리로서는 이중으로 지원하는 셈이 돼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KT&G, 민영화됐지만 공기업 특권 누려 KT&G는 민영화된 민간기업임을 강조하며, 잎담배 수매 등에 있어서 시장경제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KT&G가 100% 출자한 한국인삼공사는 여전히 과거 공기업 시절의 인삼전매제도를 활용해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KT&G가 민영화됐지만 과거 인삼 전매제도를 악용해 헐값에 6년근을 수매하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게 농가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인삼재배 계약농가와 수삼 수매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 한 의원에 따르면 계약 재배된 6년근 수삼의 수매는 인삼공사 대표 3인, 계약경작자 대표 3인으로 구성된 ‘수삼수매협의회’에서 논의되며, 협의회에는 인삼공사 대표가 전체 위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05년 이후 수매등급 비율이 낮은(8.0~14.2%) 1·2등급의 수매가격은 올리고 수매 비율이 높은(73.4~77.7%) 3등급의 가격은 동결 내지 소폭 하락시켜 인삼 수매가를 교묘히 낮춰왔다는 주장이다. 한 의원은 “인삼 농가들의 피와 땀을 뺏어 이익을 남겨 KT&G 자신들과 대주주의 배를 불려서는 안 된다”며 “불공정거래 행위의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KT&G는 국내 유일한 담배기업으로 과거 공기업시절의 독점권을 상당 부분 누리고 있음에도, 필요에 따라 경제논리를 내세우며 수입잎담배 물량을 늘려온 것이다. ‘노른자위’ 12만평 연수원 정체는? KT&G의 이같은 행태는 올해 5월, 88라이트 장미 하나로 등 ‘추억의 저가 담배’ 공급을 중단한 예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KT&G는 가격경쟁력을 이유로 편의점 등의 매장에 공급을 중단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담배들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커지면서 KT&G가 어쩔 수 없이 극약처방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렇게 이해하기에는 석연찮은 대목이 있다. 저가담배 공급중단 결정을 내린 것과 비슷한 시기에 KT&G는 자회사 인삼공사를 통해 경기도 안성의 노른자위 땅 12만평을 연수원 용도로 구입한 것.

인삼공사가 지난 3월8일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인삼공사는 10만 3,483평의 부지와 연면적 942평에 달하는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을 138억원에 취득했다. 이후 실제 매입 협의하는 과정에서 총면적 11만9,217평으로 늘어났으며, 23일 현재 9만6,653평을 매입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득목적은 연수원 부지며, 이곳에 각종 교육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해당 부동산이 단순히 연수원을 조성하기 위한 용도로 보기에는 부지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상 숙박, 교육시설, 휴게시설 등을 갖춘 10만평 규모의 연수원을 개발하는데는 1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삼공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8,420억원. 영업이익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메머드급 연수원 건립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더구나 인삼공사는 “금번 매입한 안성연수원 부지는 기존 연수원 시설로 사용되던 곳이라 건물 신축에 따른 신규투자는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주)아가월드가 사용하던 연면적 942평 규모의 건물을 그대로 인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수원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10만평이 넘는 부지는 어떤 용도로 구입했는지가 의문이다. 인삼공사측은 “연수원 부지에 임야가 포함된 것은 매도인이 연수원과 임야를 한꺼번에 처분하는 조건으로 매물을 내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통매각’ 방식으로 매매가 이뤄졌다는 것. 이에 따라 인삼공사는 연수원와 관계없는 부지를 10만평 이상이나 사들이게 된 것이다. 특히 인삼공사가 이번에 부동산을 매입한 경기도 안성 일대는 최근들어 부동산 개발붐을 타고 있는 대표적인 공공개발 지역이다. 향후 대규모 국제산업단지와 자동차생산기지, 뉴타운 등이 조성될 예정지다. 인삼공사가 매입한 삼죽면 내강리 일대는 세계최대규모의 실버타운과 의료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편한 진실은 ‘부동산투자’?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인삼공사의 이번 대규모 토지 매입이 인삼공사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기업 KT&G의 부동산 사업과 연관돼 있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실제로 KT&G은 최근들어 부동산 사업에 부쩍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현대성우리조트 인수 추진을 시도했었다. 당시 KT&G는 현대시멘트가 내놓은 현대성우리조트를 매입, 홍삼 테마파크로 조성하려 했으나 막대한 투자에 대한 부담감으로 주가가 연일 하락하자 사업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재계 일각에서는 KT&G가 주력사업인 담배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동산 개발 산업에 뛰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개발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부동산 시행사 ‘퍼플랜드디벨롭먼트’를 9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KT&G측은 “제조창과 폐쇄 영업지점 등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처분 및 신규 매입을 통한 부동산개발을 위해 시행업체를 신설했다”고 밝힌 바 있다. KT&G는 리츠(Reits)를 통해 부동산 간접투자도 뛰어들고 있다. 최근 KT&G가 리츠 상품 2곳에 투자한 금액은 각각 100억원과 56억원.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연기금 등 기존 리츠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 침체로 몸을 사려, 신규 리츠 투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투자가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KT&G는 보유 중인 수익형 부동산의 임대사업 운영으로 지난해 244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서울 강남 등지에 2개 신축 임대 빌딩을 올 연말 완공, 임대사업 규모를 더 늘린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어쨌든 KT&G와 인삼공사의 주장대로 해당 부동산이 ‘연수원 목적’이라면 담배농가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12만평 연수원’은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또한 세간의 의혹처럼 연수원을 구실삼아 부동산 투자사업 나선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KT&G는 민영화 된 지 9년째지만 여전히 국내담배시장에서 유일한 국내기업이며, 인삼 시장에서도 공기업 못지않은 독점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담배점유율 1위인 KT&G가 잎담배농가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부동산 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따가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서서울>은 수차례 부지의 용도에 대해 문의했지만 KT&G와 인삼공사는 ‘연수원 부지’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고 있는 상태다.
http://www.sisaseoul.com/news/articleView.html?idxno=466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