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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수 기행록

작성일201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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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수 기행록

 

10월 14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아오모리현에 다녀왔다

 

목적은 토양살균제 밧사미드 한국공급사인 동부한농 연수다

장소는 일본 아오모리현 하치노헤라는 곳이다. 아오모리는 일본 혼슈섬의 최북단으로 북해도와 납북으로 마주보고 있으며 지난 몇 년간 농부들 사이에서 인기 도서였던 『기적의 사과』라는 책의 주인공인 기무라 아끼노리의 사과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연수의 주목적은 밧사미드 건이다

 

하필 밧사미드 건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는 밧사미드를 이용해서 괴저-입고병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이 건이 떨어졌다. 다른 직원을 추천했지만 교육 담당이 가야 한다니 할 수 없는 일이다. 연수라지만 회사에서 비용 대는 연수기행에 다녀와서도 여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된다. 내년도 신청량이 많은 조합과 중앙회 담당 임충수 과장에게 준비한 확인사항 외에 추가 확인사항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조합에서는 충남조합의 후자리움 균에 대한 효과 확인 이외 추가적인 확인사항 요청이 없었고 임충수 과장은 단보당 3봉에서 2봉으로 줄이는 사례와 효과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였다. 청주조합에서 이운석 과장이 올해 실험한 내용이다. 준비한 자료를 수정하여 회사와 농가, 조합에 따로 질문할 내용을 정리하고 준비물과 마음의 짐을 쌌다.

 

10월 14일 김포공항 출발

 

일행은 동부한농 직원 2명, 일선 농약사 운영중인 2명, 아그로카네쇼코리아 직원1명 총 6명이었다. 아그로카네쇼코리아 직원은 통역 겸 현장가이드 역할이었다.

 

동경까지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착잡한 마음이 밀려든다. 아베 신조 총리 이후, 경제적으로는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기 위한 무제한적 양적완화로 엔화가치를 다운시켜 이웃나라 죽이기에 열심이고, 정치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이후 악화된 계급간 갈등을 희석하려는 과거사 지우기와 군국주의적 야망의 결과물인 전반적인 극우보수화 흐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기간 동안 약 26조원을 해외자원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탕진했다는 신문기사까지 겹치면서 그렇잖아도 무거운 머리가 자꾸 아래로 향한다. 26조에 4대강 22조 합 48조원 중에 약 40조원을 미래를 위해 투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약 20조원은 재생에너지 개발 및 사회 복지 확충에, 약 20조원은 통일한국의 비젼을 가지고 북한의 SOC에 투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반대세력도 만만치 않겠지만 한국의 정치지형상 북한에 대한 투자는 보수정권에서 해야 국내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물론 가정이지만 어찌하겠는가? 또 한 번 헛발질하게 되면 나라가 거덜날 판인데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 놓아야지...

 

하네다공항에 도착해서 동경역으로 이동했다.

 

백발의 노신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식 호칭으로 '우사미 상'이었다. 아그로카네쇼에서 정년을 마치고 고문으로 일을 하고 계신단다. 일본도 비정규직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이런 식으로 65세 정년을 하고 회사와 본인의 원에 의하여 다시 계약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소득도 소득이지만 노년의 존재감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이미 세계 인구가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거의 네 배에 이른 시점에서 고령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저출산을 강화해 생태계 부담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40대 후반, 50대 초반에 명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출산에 의한 미래노동력 부족을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신간센을 이용하여 아오모리현 하치노헤로 이동했다

 

요금은 한화로 약 십육만 삼천 원 정도인데 KTX요금에 비하면 거리 및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닌 것 같다. 농약사 하시는 분들과 함께 앉아 농업현실에 대해 얘기했다. 전남 함평에서 농약사하는 젊은 분은 양파값 하락으로 외상이 많은 모양이다. 원주에서 하시는 분은 고랭지 지대 토사유실로 배추산지가 빠른 속도로 바닥을 드러내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농사가 제대로 안되면 당장에는 농약판매량이 많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사가 잘 되어야 농약사가 돈을 벌게 될 텐데, 농약사들끼리 경쟁이 너무 심해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나 한국농업의 전망 등에 대해 서로 협력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한다.

강원도의 다수 기초지자체에서 토마토와 배추 등 일반작물에 밧사미드 보조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현재 안동시에서만 보조를 받고 있는데 재단의 재정이 악화된다면 안동시와 강원도 기초지자체의 사례를 참고하여 시, 군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추수가 끝난 논들 사이로 작은 국화밭들이 간간이 보인다. 삼나무 일색의 숲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소나무와 활엽수가 삼나무와 같이 자라는 숲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목축적률을 자랑하는 일본 삼나무 숲의 경제적 가치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혹자는 삼나무만으로도 일본이 약 30년을 먹고 살 수 있다고 하고, 혹자는 100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80년대 후반에 일단의 필리핀 환경운동가들과 농민운동 지도자들이 일본을 방문하였다. “도대체 일본은 얼마나 나무가 없길래 우리 마을 뒷산의 나무까지 다 베어 가느냐?”며 일본 산림을 확인하러 온 것이다. 숲이란 모든 숲에 꽉 들어찬 삼나무들을 보고 그들은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을까? 일본의 울창한 산림은 일본의 자본과 부패한 현지 관리에 희생당한 동남아시아의 나무들을 대신하여 서 있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풍요로운 일이지만 지구 생태계 전체로 보아서는 제로섬일 뿐이다. 이제 제발 일본의 나무를 베어서 써라

 

오후 5시경에 하치노헤역에 도착했다

 

아그로카네쇼 아오모리지점의 니츠가와 상이 우산을 들고 마중 나왔다. 사람좋아 보이는 펌퍼짐한 얼굴에 항상 잔잔한 웃음을 지닌 사람이다 북쪽으로 향하던 태풍을 신간센으로 앞질러 와서 아직 비가 내리고 있다. 1인실 간이호텔에 투숙했다. 잠깐 쉬고 아그로카네쇼 직원들과 간담회 겸 식사를 했다. 식당으로 이동 중 확인해 보니 아그로카네쇼코리아 담당직원이 대학 6년 후배였다. 내가 안티밧사미드라고 해서 자기가 일부러 왔다는 것이다. 밧사미드에 대해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다양성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서로 간단한 소개 후 밧사미드 사용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제가 온 목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병은 다양성 부재상태에서 발생한 양분 불균형의 결과인데, 밧사미드 사용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는 병을 억제하겠지만, 밧사미드의 부수적인 잡초억제 결과가 토양을 완전하게 다양성 부재상태로 몰아갈 것이니 장기적으로는 토양의 건강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가을 처리시에는 이론적으로 봄 잡초에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때문에 가을 처리결과와 제반 효과 비교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다. 우리 직원들도 마찬가지지만,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 역시 잡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밧사미드의 잡초억제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내일 포지시연은 태풍으로 인해 어렵고 조합 관계자들과의 대화시간을 늘리겠다고 한다

밧사미드 건은 내일 하기로 하고 맥주를 한 잔 씩 했다. 서양의 어느 시인이 노인들의 아름다운 백발에 대해 얘기한 찬사를 우사미상에게 전했다 " 노인들의 백발은 히말라야의 설산보다고 아름답고 고상하다"라고.

그리고 한반도와 일본의 평화를 위하여 한 잔 씩 했다. 식사 후에 또 다른 현지 직원이 동경에서 도착했다. 42세의 츠카모토상이다. 짧게 깍은 머리에 단호한 인상을 풍기는 믿음직한 얼굴이다. 5명 연수에 한국지사 직원 포함 4명이 안내를 하는 것이다. 밧사미드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밧사미드는 독일에서 개발한 것을 아그로카네쇼가 생산에 관한 전권을 사들인 모양이다.

 

10월 15일 일정

 

아침에 일찍 출발해 외곽의 큰 마트에 들렀는데 반 이상이 농업관련 제품들이다. 농약, 일반자재, 소형 농기계 등이다.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올해 가뭄이 하도 심해 일본산 양수기를 거의 백만 원을 주고 샀는데 동일 제품이 한화로 약 삼십이만 원이다. 이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직구'를 하는 모양이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농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농산물 판매점이다. 삼나무로 지은 목조건물에 농민들이 과일과 야채, 1차 가내수공업으로 가공한 제품들을 팔고 있다. 국내농산물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다. 맛은 괜찮지만 저장성이 떨어지는 어떤 사과 품종은 20개 1박스에 천 엔, 한화로 만원이었다. 아오모리가 아무리 사과 고장이고, 직판 한다 하더라도 너무 싼 가격이다. 상대적으로 마늘은 우리보다 열배 이상은 비싼 듯하다

 

프리젠테이션 장소에 도착했다. 길 건너에 아름드리 적송 숲이 있다. 몇 년 전 후지산에서 차를 타고 가며 본 소나무바다 이후로 일본에서 본 완전한 소나무 숲이다. 적송 숲에 들어가 걷고 싶다. 2차 대전 중에도, 삼나무 조림시에도 살아남은 아름다운 숲. 당시에는 아마 어린 나무여서 화를 면했을 것이다.

 

중식을 하고 아그로카네쇼가 준비한 일본 내 밧사미드 사용 현황과 처리기술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실시하였다. 젊은 츠카모토상이 있는데도 67세의 연로한 우사미상이 진행하고 한국지사 직원이 통역을 하였다. 중간 중간 질문과 토의가 이어졌다.

중요 확인사항은 가을처리에 관한 것이다. 가을-겨울 처리시 가스 휘산이 훨씬 적고 살균지속시간이 길어지며, 처리 후 눈이 많이 올 경우 자연스럽게 피복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동북 지방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아오모리 역시 대부분의 작물에 秋-冬 처리를 한다고 한다. 잡초에 대한 억제 문제 역시 가을 처리시 이론대로 봄 잡초 발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니 그들로서는 불만이지만 다양성 문제의 걸림돌을 가지고 있던 내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잡초에 대한 질의와 통역 답변이 계속 엇갈린다. 아무래도 통역이 여전히 마음속에 잡초는 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왜 헤맸느냐고 물으니 잡초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이해할 수 없어서 자기 주관을 섞어 통역했고, 마지막에야 내가 한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후자리움균에 대한 효과를 물었더니 우사미상이 서산의 버어리종 얘기를 하는 것이냐고 되묻는다. 직접 가 보았는데 후자리움 균에 의한 피해는 아닌 듯 하고, 밧사미드는 바이러스 이외 세균과 진균류에 모두 효과를 보인단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갈 즈음 아모모리 경작조합(연초조합) 직원 세 분이 오셨다. 50전후로 보이는데 맡고 있는 분야가 서로 다르다고 한다. 아오모리는 일본 전국 담배면적 약 8,600정의 약 1/8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최대 담배산지다. 버어리종을 재배하고 있으며 직원은 16명이고 각기 담당 분야가 다르단다. 계약, 현장관리, 물품구매, 판매, 행정 등등. 물품의 경우 동북지방 공통연초비료가 있고 아모모리조합만 다로 쓰는 비료가 있다. 성분이 약간 다르다. 큰 조합의 경우 지역 토양조건을 고려하여 자재, 특히 비료를 주문제조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아오모리지역 역시 입고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경작지의 약 40-50% 정도에서 병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대한 경종적 방제에 주력하면서 부수적으로 클로르피클린과 밧사미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밧사미드와 클로르피클린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모든 미생물의 사멸과 잡초의 발아억제 때문에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경종적 방제는 병원균의 잔류 억제, 증식 방지, 확산 방지의 방향설정 아래 잔간근 조기제거, 배수로 정비 철저 및 추경 2회 이상 반복실시(홍보자료에는 寒耕으로 표현)등으로 조합에서 조직적으로 실시하고 있었다.

입고병 발병 원인으로는 후작 없이 반복되는 담배연작이었고, 곁순약은 데실알콜과 펜디메타랄린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1차 곁순약을 지제부까지 흘러내리지 않도록 처리하기 때문에 지제부 괴사에 의한 병 발생은 거의 없다고 했다. 100% 그렇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합의 지도대로 정확하게 행하는 일본인들의 원칙을 지키는 습관의 힘을 확인한다. 레닌이 부러워했던 독일인들의 논리적인 사고와 토론문화를 생각하게 한다. 물론 봉건시대에 사무라이의 칼날 앞에 항상 목을 내 놓을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시키는 대로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일본 인민들의 몸에 밴 복종의식의 현대화의 결과이지만 꿋꿋하게 원칙을 지키는 힘이 바로 일본을 지탱하는 저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버어리종에 뿌리 쪽에서 시작되는 공동병이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고 걱정스러워했다. 우리의 지제부 괴저현상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질문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역시 지제부 손상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밧사미드와 클로르피클린은 시의 보조금 빼고는 거의 지원이 없는데도 효과가 좋아 사용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밧사미드 사용량은 단보 당 2봉(20kg)기준이며 병의 정도에 따라 2년차에 줄여 사용하는 농가들이 있는데 효과는 있는 경우도 있고 그저 그런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 할 수 없단다. 일본의 경우 포지에 농약 사용시 농약의 종류와 명칭, 처리일, 사용량 등을 조합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어서 밧사미드 사용량의 변화 역시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천정 이상의 포지를 단 3명이서 관리한다고 하는데 앞의 설명처럼 현장관리 전담 직원들이 있어서 문제포지 위주로 현장 밀착형 지도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는 현재 지도사가 본인의 산지를 담당하면서, 담당지도구의 행정일을 같이 하고 있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인이 행정을 전담하고, 산지전담 직원을 두는 경우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1개 조합의 규모가 너무 작고 인원이 부족하더라도 효율적인 산지관리를 위한 조합 내부 운영시스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비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던 시연이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 역시 화산회토의 놀라운 배수능력이다. 아오모리 조합장님 포지로 이동했다. 아오모리 경작조합장님은 전국 부회장이라고 한다. 60대 초반에 선한 얼굴을 가졌는데, 얼굴에서 정신적인 여유로움이 엿보인다. 육승범차장(아그로카네쇼코리아)이 소개하면서 아오모리에서 넘버 원, 전국에서 넘버 투인 분을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농담을 한다.

 

시연포지는 약 2% 정도의 경사에 돌 하나 없는 검은 색 화산회토 포지다. 삼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한 느낌을 준다 약 2000평정도 될 듯하다. 원주농약상이 감탄을 한다. 강원도에 이런 포지 하나도 없다고. 나는 수없이 보았는데 이 친구는 고랭지 지대만 다녔나 보다. 담배수확 완료 후 로타리를 쳐 놓은 상태에서 잡초들이 한 뼘 정도로 자라 있다. 잡초종을 보니 명아주 90% 정도에 간간이 여뀌, 작은 쇠비름이 전부다. 군데군데 풀이 자라지 않는 곳도 약 10% 정도는 된다. 손으로 흙을 파보니 15cm 이상 파들어 갈수가 없다. 겉으로는 그림 같지만, 토양의 건강성으로 보았을 때는 전제적으로 다양성 상실에 경반현상까지 우리 토양의 현실과 별로 다르지 않다.

트랙터 앞에 부착한 살포기에 유압장치를 연결하여 밧사미드 분제를 살포하고 로타리를 치면서 희석하는 동시작업을 한다. 바로 이어 트랙터 뒤쪽에 타이어 여러 개를 끼어서 만든 로울러를 이용하여 답압(진압)작업을 실시한다. 300평에 처리 및 답압시간까지 합해 약 30분 정도 걸린 듯하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의 등급체계 개선 후 소득비교를 물어보았더니 별반 차이가 없단다. JT가 3년 전에 엽분을 토, 중, 합, 본, 상엽에서 중, 합, 본, 상으로 바꾸고 등급체계도 간소화하였으며 상엽과 중엽가격을 올리고 합엽과 본엽의 가격을 약간 내린 형태로 바꾸었다.

 

올해 일본과 한국의 작황 및 소득비교, 경작면적 감소추세와 최근 신규경작인의 완만한 증가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 역시 경기의 어려움으로 최근 면적감소추세가 주춤하고 젊은 농부들이 담배농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작업을 마치고 한농에서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하치노헤 숙소로 돌아왔다. 일본에서는 철저하게 방문자가 상대방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에 대형 농자재 도매회사에 들렀다. 매출이 한화로 약 1,000억 정도 된다고 하니 어지간한 한국의 농약회사 수준이다. 그 곳에서 동북지방 연초비료와 아오모리 조합의 연초비료를 따로 팔고 있었다.

차대접을 받으면서 “한국농업은 지금 한-중FTA와 쌀 관세화 협상으로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데 일본 역시 미국이 요구하는 TPP 참여조건으로써의 농산물 개방압력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느냐?”고 질문했더니 츠카모토상이 그런 얘기는 술자리에서 해야 한단다. TPP가입시 일본은 미국이 요구하는 쌀, 밀, 설탕 및 육류 부분에서 대폭 양보를 해야 하는 처지다. 중국견제라는 일본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일본농업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일본 농업 현장의 리더들 의견을 듣고 싶었으나, 역시 공식적인 자리에서 민감한 주제에 대한 자기의 견해 밝히기를 꺼려하는 일본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60대 초반의 호탕한 지점장은 조심스럽게 “중국이 TPP에 들어오면 일본도 들어가야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기입장을 말해주었다.

하치노헤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아그로카네쇼 전무로 퇴직하셨다는 분도 참석을 하셨는데, 이분이 비닐봉지에 국화꽃잎을 가득 담아오셨다. 술과 음식에 조금씩 넣어서 향을 음미하면서 먹었는데 그런대로 괜찮았다. 벼농사를 하고 있는데, 300평당 약 30만원씩 적자란다. 보조금으로 메워나가는 모양이다. 마트에서 확인한 쌀 가격은 10kg에 한화로 약 삼만 원 정도이다. 벼농사해서는 먹고살기 힘든 가격이다.

나는 주로 우사미상과 얘기를 했다.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배웠으나 조사이외에는 거의 알 수 없어 결국 한자와 영어 일본어를 사용하여 대부분 필담으로 대화를 하였다. 우사미상은 한국의 지리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이어 일본 지도를 그리고 설명을 하시는데, 나 역시 일본의 지리를 대강 알고 있어 쉽게 소통할 수 있었다. 후꾸오까와 가고시마 남단의 섬들을 가리키며, 이곳에 책을 통해 만난 나의 일본인 스승이 사셨다고 하니 깜짝 놀란다. 후꾸오까 마사노부와 야마오 산세이를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고 살아왔다. 안타깝게도 우사미상과 니츠가와상 모두 전혀 이들을 모르고 있었다. 재야의 사상가인 야마오 산세이야 모른다 해도, 생존시에 살아있는 노자로 불렸던, 일본이 낳은 위대한 현자인 후꾸오까 마사노부를 모른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의 책 『생명의 농업』은 3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그의 책을 읽고 70-80년대 전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농장을 방문하여 그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고, 모든 존재와 함께 하는 실천에 나섰는데도 그 자리의 일본인 어느 누구도 그를 알지 못하였다. 나 역시 그의 책을 읽고 사상적 방황에서 조금씩 벗어나 생태주의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내 분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 부분의 유기적인 합인 전체에 대한 인식 역시 꾸준히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부분은 전체를 바꾸기 어렵지만, 전체는 부분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가 있다. 베르너 하이젠베르그가 히틀러의 원자탄 제조지시를 거부하고 감옥행을 선택함으로써, 전 유럽이 파멸의 상황에 처할 지도 모를 결과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전부를 다 바쳐 행한 과학이 그에게는 부분이었고, 바로 그 과학은 인류의 평화와 복지에 활용되어야 한다는 그의 굳건한 신념, 바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삶은 깨달음의 문제가 아니던가?

11월 16일 동경으로 이동

 

하치노헤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아침 일찍 동경으로 이동했다. 동경역에서 한국인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에서 대학을 나와 현재 계속 일본에 거주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최은영이라는 여성이다. 얼굴에 일당백이라고 쓰여 있다. 거기다 또 최씨 아닌가? 남자든 여자든 겸손함을 잃지 않는 당당함은 어디서나 아름답다

 

입맛이 가장 보수적이라더니 역시 김치를 그리워하는 이 입맛 때문에 글로벌한 존재가 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김치를 먹자고 찾아갔는데, 정작 김치는 여섯 명에 달랑 깍두기 세 조각밖에 나오지 않는 한국요리 식당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주인이 일본인이라서 그렇단다.

오후에 지바현의 꽃 박람회장에 구경을 갔다. 2/3는 자재, 시설 전시회고, 나머지는 꽃이다. 예년의 반 정도 규모란다. 사용하지 않는 반도체 라인을 식물공장으로 바꾼 어느 일본기업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동일한 시스템을 소형으로 설치해 놓았다. 사용하지 않는 시설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일이지만, 도대체 식물공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식물의 성장이라는 것은 탄소와 물을 이용해서 현재의 태양과 우주의 에너지를 다양한 형태로 자연 가공해 세포에 담는 일인데, 일체 자연을 배제한 채 인위적인 시스템 속에서 원자력에서 나오는 인공의 빛 아래 기계적으로 양분을 조합시키는 것에 과연 생명의 기운, 천지의 기운이 스며들 수 있을까? 완벽하게 깨끗한 것 이외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런 시스템으로 생산해 전시해놓은 상추의 모습이 애처롭다. 그런 채소를 먹게 될 사람들의 모습 또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여행은 사람구경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동경에서 본 일본여성들보다 이번에 본 여성들의 얼굴이 훨씬 예쁘다는 걸 발견했다. 물론 미추의 관념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지만 객관적으로 측정해도 일본 젊은 여성들이 많이 예뻐진 것으로 나올 것이다 아무래도 원인은 근친 간 결혼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현상이다. 그 정도만큼 알게 모르게 사고 역시 조금씩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저녁식사 시간에 다시 아그로카네쇼 직원들과 동석했다. 이번에는 젊은 츠카모토상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 농민들과 농협의 관계, 농협의 위상 등에 관해 질문하였다. 일본농협 역시 농민들에 대한 지도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이며, 현재로서는 체계적으로 농민들을 지도하고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조심스럽게 전날 내가 질문한 TPP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개인적인 의견이고 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서 이 자리에서 그의 의견을 기록할 수는 없다. 츠카모토는 이외에도 한국과 중국, 일본의 관계 등에 대한 자신의 걱정스러운 의견을 계속 말하였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이 직업상 개인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그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일본이 강해질 수 있다고 한 부분이다. 또한 전날의 질문을 잊지 않고, 비록 나에게만 전한 것이지만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전해주어서 고마웠다. 나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서 있는 한국의 고민과 농업 부분의 치명적인 타격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했다. 참, 츠카모토는 격투기 장으로 유명한 사이타마 아레나 근처에 산다고 한다.

11월 17일

 

마지막 날이다. 메이지신궁으로 가잔다. 가는 길에 서점에 잠깐 들렀다. 사고 싶은 책이 없다. 가이드가 인터넷을 뒤졌더니 90년대에 나온 중고서적이 한화로 이십육만 원 정도 한단다. 나중에 찾아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잡초관련 책을 한 권 사들고 나왔다. 잡초에 관한 책이 7-8가지 정도는 되는 듯 하다. 이런 책들을 번역해놓으면 좋을 텐데 도무지 판매가 되질 않을 테니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충분한 자금이 있다면 돈 안 되는 책들을 번역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 신자유주의 아래 공공의 영역이 자꾸 축소되어 가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좋은 것들이 서서히 묻혀 사라져간다.

메이지 신궁으로 향했다. 메이지 신궁은 명치천왕을 신으로 격상시켜 기리기 위해 20세기 초에 동경시내에 조성한 신궁이다. 명치천왕은 사이고 다까모리, 이토 히로부미와 함께 봉건일본을 근대일본으로 바꾼 3인방이다. 일본인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는 사무라이의 칼날 앞에서 자신들을 구해낸 은인이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이 신궁을 건설할 때 일본 각지의 인민들이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수레에 지역의 나무를 싣고 와서 심었다고 한다. 삼나무밖에 보이지 않는 일본의 여느 숲과는 완전히 다른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꽉 들어차 있다. 숲 자체만으로는 풍요롭고 아름답다.

 

그러나 마음이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명치천왕은 과연 인민들을 사랑하였을까?. 봉건영주들의 팽장 야욕을 다른 국가들에 대한 침략과 약탈로 바꿔 제국주의적인 욕망을 달성하기에 봉건체제는 너무 거추장스럽고, 비효율적이어서 서양세력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따라서 고급 사무라이들과 연합하여 권력을 그들의 수중에 넘겨주고 봉건체제를 해체하여 근대일본을 건설하기에 이른 것이다. 신분예속으로부터의 해방은 이러한 과정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일 뿐이다.

 

제도적인 신분예속으로부터는 해방되었지만, 결국 일본의 인민들은 지배계급이 벌인 조선과 만주, 중국침략, 대동아전쟁에 동원되어 누군가를 죽이고, 이어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야 했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틀에 갇혀 있는 일본인민의 정신과 의식은 해방이라기보다는 예속의 질적 변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일본 인민 역시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정신적 예속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게공선이라는 소설이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했다. 오오츠크해에서 게잡이하는 배에서 벌어지는 관리자들과 선원사이의 계급적 갈등과 투쟁을 다룬 20세기 초의 소설이 백년 세월이 흐른 후 생생한 현실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15일 아침에 하치노헤 주택가를 걸으며 보았던 일본공산당 아오모리 지역 당 대회 광고가 생각난다. 추가적인 소비세 인상에 반대하자는 내용이다. 일본공산당은 지난 총선에서 512만표를 얻어서 의석수를 3석에서 8것으로 늘렸다. 극심한 격차사회가 젊은이들을 일본공산당으로 이끈 것이다. 사회당이 거의 붕괴하고 보수당들만 난립하는 상황에서 철저하게 평화를 지향하는 일본공산당이 일본의 양심적인 세력과 함께 평화일본의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의외로 일본사회의 사상적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우리의 좁디좁은 사상적 공간이다.

 

메이지 신궁의 다양한 나무들처럼, 일본사회에 다양한 사상과 문화가 싹터서 평화로운 일본, 평화헌법 9조를 굳건하게 지키는 일본이 되기를 기원하며 메이지 신궁을 나선다.

하네다공항을 출발해 김포로 돌아왔다. 이틀밖에 머물지 않았는데도 동경의 알 수 없는 답답함, 기계적인 시스템으로 다가오는 닫힌 공간에서 벗어난 기분이다. 약간 헐렁한 느낌, 포근함이 밀려든다.

 

마음의 평화 이동춘 합장

 

* 일본에서 가져온 자료는 직원교육시에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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